이재용 불법승계 혐의 1심서 모두 무죄선고, 법원의 판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한 합병으로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20년 9월에 기소된 이후 3년 반 만에 법정 과정이 마무리됐다.

 

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합병은 시장에서 오랫동안 예상되었으며 미전실에서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합병비율을 결정할 때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이 무시되고 이재용 회장의 이익만 고려되어 합병 시기가 정해졌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2015년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교환하는 비율로 두 회사를 합병했다. 검찰은 이 합병비율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과도하게 산정되어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2020년 9월에 기소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삼성전자 주주인 삼성물산은 1주도 없었던 상황에서, 그에게 유리한 합병을 위해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의 가치는 인위적으로 높이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추는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의 불법 행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전실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했고 그 중 하나가 두 회사 간의 합병이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병 전에 태스크포스(TF)가 심사숙고하여 추진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삼성그룹의 승계 계획안 ‘프로젝트G(거버넌스)’ 문서에 대해서도 법원은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종합적인 보고서일 뿐,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 주주를 희생시키는 약탈적인 합병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법원은 “적절한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인정되어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